ways' blog
dilettante

콜디스트 윈터 - 8점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이은진.정윤미 옮김/살림

돌이켜보면 중학교 도덕시간 이후로 한국 전쟁에 대한 지식을 쌓은 기억이 없다. 부끄럽지만 1·4후퇴는 압록강 앞에서 후퇴한 것이 1951년 1월 4일인 줄 알았고, 휴전 날짜도 7월인지 6월인지 자꾸 헷갈렸다. 그러던 차에 마침 이 책을 만났고,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6월 한달동안 읽었다.(사진의 저 웅장한 두께를 보라-.-)

모든 전쟁은 어떤 식이든 일종의 계산 착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전쟁은 양측 군대가 내린 모든 결정이 하나같이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독특했다. p.974

저자가 미국인이다보니 당대의 외교문제들과 미국내 상황, 그리고 맥아더와 마오쩌둥, 그리고 트루먼과 스탈린 등 주요인물들을 매우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맥아더와 트루먼의 갈등이라든가, 미국과 중국의 역학관계, 냉전 초기 매카시즘을 필두로 한 미 정가의 긴장 등에 대한 설명은 상세하면서도 흥미 진진하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에서 하룻밤도 보내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의 결정에 의해 휘둘리며 피흘려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잘못된 정세 판단으로 전우를 잃어야했던 병사, 부대가 괴멸당한 지휘관들의 인터뷰가 두꺼운 지면에 꽉꽉 들어차있다. 덕분에 전쟁의 흐름 묘사나 당시 병사들의 감정 토로가 생동감이 넘친다.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니까.

좀처럼 상상할 수도 없는 참혹한 전장의 실상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어이없는 지휘관들의 실책은 과연 이들의 희생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어느 새 쓰러지는 병사들의 묘사를 OO명 사상으로 환원시키는 나의 모습은 인간성이란 극단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가볍기 그지없는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전쟁에 반대한다고 늘 생각하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거듭 들었다.

여튼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한국 전쟁에 대한 다른 책이나 저자의 다른 책(번역된 게 없다고 하더라만ㅠㅠ)도 궁금하다...

그 즉시 스미스는 부대원들과 기차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 안성에 도착했고, 안성 기차역에서 그들을 열광적으로 맞이하는 한국인을 보자 순간적으로 기분이 우쭐해졌다. 마치 자신들이 불쌍한 민간인들을 구하는 정의의 사도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후에 윌리엄 위릭(Willian Wyrick) 중위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당시 남쪽으로 피난 중이던 수천 명의 한국인이 환호성을 지른 것은 미군이 반가워서가 아니었다. 바로 기다리던 부산행 기차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p.208

해병대 선임 장교 빅터 크루락(Victor Krulak)이 그의 곁에서 병력과 군 장비를 육지로 옮기는 데 꼭 필요한 수륙양용장갑차 LVT가 하나둘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루락이 지나가는 말로 LVT가 정말 우수한 첨단 장비라고 말하자 알몬드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럼 LVT는 물에 뜰 수도 있는 건가?" 크루락은 그날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즉시 그 말을 열 명도 넘는 사람에게 퍼뜨렸다. 세상에,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는 총 책임자라는 사람이 LVT를 보고 저런 것도 물에 뜰 수 있냐고 묻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p.651

제임스 로렌스는 이렇게 말했다. "알몬드는 중공군을 깔보고 있었다. 미군을 유인하려고 후퇴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중공군 따위는 미군 앞에서 도망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11월 초부터 중공군과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알몬드는 중공군을 두고 "세탁업자'라고 조롱했다. 그게 바로 인종차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제10군단 안에서 중공군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이고 당시 아군의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모르는 사람은 군단장인 알몬드 한 사람뿐이었을 것이다."    p.667

맥아더는 삼국지연의의 유선급.. 알몬드는 황호급으로 마구 까인다...;;


"책을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 27일 0시20분 2009 6월 27일 0시20분 200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테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한국전은 아니지만, 전쟁이 나오는 책 읽었는데..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2009년 06월 27일 02시 00분
    • ways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이 책도 읽어보고 싶은 내용인데? 서점가서 찾아봐야지 *.* 정말 전쟁은 망가뜨리지 않는 게 없구나.. 휴..

      2009년 06월 27일 11시 55분
  2. dyn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태균의 <한국전쟁> 이라는 책 추천.
    기자가 쓴 <콜디스트 윈터>처럼 생동감이 있지는 않을지 몰라도 균형잡힌 시각이 멋진 책~!

    2009년 06월 27일 06시 54분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61 
전체 (261)
요즘 생각 (32)
책을 읽다. (72)
영화를 보다. (46)
즐겨듣기에 추가. (12)
일종의직업병적소고 (38)
일상 log (30)
그 밖에도 할말은 많다 ㅡㅡ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