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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ttante

confirm or undo 10월 16일 15시43분 2010

요즘 생각 by ways
UX는 쥐뿔도 모르지만, 몇 가지 자주 언급되는 원리 중에서 사용자가 confirm보다는 undo-redo가 낫다는 것이 있다. 요즘 내 삶의 화두가 이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 머릿속에 경고창이 띄워진 상태에서는, 경고창 뜨기 전 상황도 좀 가물가물하고, 그렇다고 다시 상황을 둘러볼 용기는 별로 나지도 않고,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은 이미 깜빡한 뒤다. 결국 떨떠름하게 "예"를 누르곤 하지만, 주저주저 하다가 이미 한참의 시간이 지나있기 일쑤.

그래서 머리 속에 일일이 이런 경고창 띄우지 않으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목표에 집중하기 쉽고, 고민도 주는 것 같다. 물론 1과 0의 세계를 벗어난 실생활에서는 undo가 만만하지 않은 때도 많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데 아예 안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주위에 좀 민폐도 끼치고 우려도 사고 하지만, 뭐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싶고.

소심남이 변하는 건 쉽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노력하다보면 한참 후 내 작업 history에는 무엇이 쌓여있을까 궁금하다. 설마 다 undo 하고 싶진 않겠지? ㅎㅎ
10월 16일 15시43분 2010 10월 16일 15시43분 2010

옥희의 영화는 모두의 영화 9월 23일 2시29분 2010

<< 미리 쉴드를 좀 치자면, 몇몇 여성 동지들에게서 홍상수의 관점은 여성의 입장에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주신 바 있으므로, 모두의 영화는 모든 수컷의 영화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겠습니다 >>

연휴를 틈타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옥희의 영화>를 보았다.
먼저 영화 얘기를 하면, 길지 않은 네 개의 단편 - 혹은 연작이라 부를 만한 - 영화로 구성되어있고, "옥희의 영화"는 그 중 마지막 영화의 제목이자 전체의 제목이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이런 분절된 구성이 감독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더 좋은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영화 한 편을 둘로 쪼개는 것은 몇 번 보여준 적이 있기도 하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기도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카메라워크는 더욱 도드라져 보이고, 주연들의 연기는 매우 적나라하다. 이선균의 연기는 특히 더. 주제의식도 기승전결도 없이 인물들의 관계와 감상 만으로 구성된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는 무엇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이번 영화에서는 나름의 개똥철학을 선보이는 두 명의 영화감독(송감독과 진구)이 등장한다는 점도 특이한데, 둘이 각각 자신의 생각을 진솔해 보이게 털어놓는 부분은 홍상수 감독의 정신세계의 부산물로 보여 더 재미있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관객의 상상 속 영역일 뿐이긴 하지만. 결국 개똥철학은 개똥일뿐인데 내가 그 개똥을 놓고 고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장 공감이 갔던 대사는 대강 '인위를 강조할 수록 순수성이 드러난다'는 것이었는데, 홍상수 영화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일견 매끄러워보이는 인생도,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들 처럼 각자의 기억은 우연과 어색함과 쪽팔림으로 가득차있기 마련일 테니까. 그래서, 실체없이 다가오는 이 영화가 누구나의 영화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9월 23일 2시29분 2010 9월 23일 2시29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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